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하늘일까? 하늘 높은 가을날,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됐다. 쪽빛과 옥빛, 초록과 흰구름이 어우러진 전경이 한 폭의 수채화다. 어떤 색 물감을 써야 저 빛을 흉내낼 수 있을까. 구불거리는 해안선마저 그대로 그림이 된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아 태곳적 신비가 전해온다. 지난 9월 말, 울릉도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으론 죽도가, 왼쪽으론 관음도가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엔 저 멀리 독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비가 쏟아졌다. 긴 가뭄 끝, 오랫동안 기다려온 비. 마른 땅은 물기를 머금고, 빛을 잃은 나뭇잎은 초록을 되찾았다. 끊긴 폭포는 물줄기를 되찾고, 바닥을 드러냈던 연못은 다시 차올랐다. 연못의 신비로움도 차올랐다. 연못에는 줄타기에 능한 재인이라는 남자와 재인의 아리따운 아내에 얽힌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지난 7월 7일, 경기도 연천군 고문리 재인폭포.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주상절리가 비에 젖어 보석처럼 빛난다.